권도형의 테라폼 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증권사기 민사 소송에 합의했다. 권도형 측은 45억 달러(6.3조 원) 벌금을 내기로 했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SEC의 민사 소송 사상 역대급 벌금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창펑자오와 바이낸스가 미국 사법 당국에 낸 벌금 43억 달러(5.5조 원) 보다 많다.

합의에 따르면 권도형은 개인적으로 2억400만 달러(2800억 원) 벌금 부담에 합의했다. 당초 SEC가 요구한 벌금은 권도형과 테라폼 랩스가 연대해 53억 달러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번 합의는 SEC의 완승으로 기록되겠지만, 실제 벌금을 수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테라폼 랩스는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약 4.3억 달러의 자산과 4.5억 달러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벌금 낼 돈이 없다.

권도형이 2억400만 달러를 테라폼 랩스로 송금해 이를 벌충하더라도 SEC는 다른 채권자보다 후순위다. 파산 절차에서는 다른 채권자들이 우선적으로 변제 받게 되기 때문이다.

SEC와 테라폼 랩스 간의 이번 합의는 법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이 승인할 경우, SEC는 회사의 자산 분배에서 일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파산 재산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채권자들에게 먼저 변제된 후 남는 금액이 SEC에 지급된다.

테라폼 랩스는 지난 2022년 5월 테라USD와 루나(Luna) 암호화폐의 붕괴로 큰 손실을 입었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은 약 400억 달러의 가치를 상실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 합의는 SEC가 이러한 피해를 일부분이라도 복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부정 행위를 단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사 합의와 달리 권도형은 뉴욕 연방 검찰에 의해 사기 혐의로 8건의 형사 기소를 당했다. 해당 소송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권도형은 사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권도형은 작년에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어 현재까지 구금 상태에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권도형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SEC와 먼저 민사 소송 합의를 했고, 거액의 벌금까지 납부한 상황이어서 한국 사법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