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선의 톺아보기] 블록체인 다운타임 왜 증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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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의 톺아보기] 블록체인 다운타임 왜 증가하는가

최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다운타임(네트워크 중단)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으나, 새로운 프로토콜과 그로 인한 트레이드오프(양면성)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늘고 있다. 트레이드오프( Trade -off)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파일 압축을 많이 할수록, 데이터 크기를 줄일수록, 화질은 저하된다. 프로그램 성능을 높일수록 메모리 사용량은 증가한다.

# 톤(TON)네트워크 7시간 중단…처리 능력 우려 제기 

TON 블록체인은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7시간 넘게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지 못하며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블록 생성 중단은 거래 지연과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번 중단 사태는 밈코인 DOGS의 상장 이후 발생한 과도한 트래픽에서 비롯됐다. TON 재단의 관계자 저스틴은 “DOGS 거래로 인한 과부하가 문제의 원인”이라며 “가비지 컬렉션이 많은 검증자들을 과부하 시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바이비트 등은 TON의 입출금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번 사태로 TON 블록체인의 네트워크 처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블록체인 전문가 미코 오타마는 “DOGS 에어드롭 당시 TON의 최대 처리 속도가 280 TPS(초당 거래 수)에 그쳤다”며, 이는 이론상 가능했던 5만5000 TPS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다운타임 사례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장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 잦아진 블록체인 네트워크 다운타임 사례 

톤의 사례는 블록체인 다운타임 문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올해 2월 솔라나 블록체인은 합의 노드 간의 연결이 끊기면서 네트워크 “성능 저하”가 발생해 5시간 동안 운영이 중단됐다. 솔라나는 2023년 2월에도 하루 동안 다운타임이 발생했다. 1년 만에 또 한 번 중단되면서 네트워크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솔라나의 검증자 라인(Laine)은 “네트워크 정지 문제를 해결할 패치가 포함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및 네트워크 재시작을 준비할 것”을 권고하며 “업그레이드 하지 않을 경우 위임상태가 손실돼 검증자는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강조했다.

안정적인 네트워크로 평가받았던 이더리움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2023년 5월 이더리움은 기술적 문제로 하루 동안 두 번 블록 최종화를 중단했다. 문제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은 해당 사태로 이더리움 보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스크롤의 개발자인 토그룰 마하람 모프는 “이번 사태가 프로토콜 설계 문제인지, 단순한 버그로 인한 것인지 알기 위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는 해당 사태로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탈중앙화 거래소 dYdX는 이더리움 최종화 문제로 일시적으로 입금을 중단했다.

자의적으로 블록 생산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컨센시스가 개발한 이더리움 레이어2 리네아(Linea)는 탈중앙화 거래소(DEX) 벨로코어(Velocore)에서 발생한 해킹을 이유로 블록 생산을 중단했다.

리네아는 공격자가 더욱 많은 자산을 브릿지에 연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래를 처리하는 시퀀서 시스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차에 대해 리네아 측은 해킹으로 인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핵심인 탈중앙화 원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 문제의 원인?

최근 발생하는 다운타임 문제는 새로운 합의 방식인 위임형 프로토콜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기존의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 방식에서는 네트워크가 멈추는 일이 거의 없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가 많고, 합의 과정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비트코인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큰 다운타임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PoW 방식은 처리 속도가 느리고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임된 비잔틴 장애 허용(dBFT) △위임된 지분증명(DPoS) 등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 등장했다. 이 알고리즘들은 특정 노드가 네트워크의 상태를 결정하며, 이로 인해 트랜잭션 속도가 빨라지고 처리 비용이 감소한다. 그러나 핵심 노드가 다운되거나 동기화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체 네트워크가 중단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리네아와 같은 레이어2들은 이더리움 메인넷과 같은 탈중앙화된 합의 메커니즘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구조가 더 중앙화돼 있는 편이다. 롤업 레이어2의 경우 이더리움 메인넷으로 거래를 일괄 주문하는 프로세스는 여기에 특화된 노드인 시퀀서가 담당한다. 현재 레이어2들은 프로젝트 개발팀이 통제하는 단일 시퀀서(sequencer)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리네아도 시퀀서가 중앙화돼 있어 중단 조치가 바로 취해질 수 있었다.

# PoW vs. 위임된 프로토콜, 가용성과 일관성의 딜레마

그렇다고 위임된 증명 방식이 기존 PoW 방식보다 열등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분산 시스템은 ‘CAP 정리’의 한계를 갖고 있다. CAP는 일관성(Consistency), 가용성(Availability), 분할 내성(Partition tolerance)의 약자로, 이 세 가지 속성을 동시에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이론을 말한다. 결국 PoW 블록체인은 가용성을 선택한 것이고, 솔라나, 톤, 레이어2와 같은 PoS 방식의 블록체인은 일관성을 선택한 것이다.

가용성이란 하나 이상의 노드가 작동 중지된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요청하는 클라이언트가 응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분산 시스템의 모든 작업 중인 노드는 예외 없이 모든 요청에 대해 유효한 응답을 한다는 뜻이다. 일관성이란 연결 노드와 무관하게 모든 클라이언트가 동시에 동일한 데이터를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용성을 중시하는 PoW 시스템은 네트워크가 완전히 다운되는 경우는 없지만 사용자가 일시적인 포크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일관성을 중시하는 위임된 프로토콜은 문제가 발생하면 네트워크를 멈추고 개발자가 수동 개입에 나서야 한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시노버(Cinnober)의 블록체인 책임자 에릭 월(Eric Wall)은 “PoW는 네트워크가 멈추는 일이 거의 없지만, 일관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반면 위임된 프로토콜은 네트워크를 멈추는 대신 안정성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 미래의 블록체인, 실패로부터 배우다

궁극적으로 어떤 합의 방식을 선택할지는 각 네트워크의 철학과 용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캐시(Zcash)의 창립자 주코 윌콕스(Zooko Wilcox)는 “어떤 시스템도 소프트웨어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혁신과 확장성을 추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이 다운타임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현실은 여전히 기술의 진화 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했다.

윌은 “비트코인 코드는 더 많은 테스트를 거쳐 품질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블록체인도 결국 비트코인의 품질을 따라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이 더 나은 확장성과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합의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개선과 네트워크 설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의 미래는 이러한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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